휴학하기 전 마지막으로 읽었던 교지에는 <얼트서강>이라는 그룹명을 내건 두 명의 우리 학교 공대생 인터뷰가 실려있었다. 얼트서강은 온라인 커뮤니티로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객관식/주관식/논술형의 설문답변을 통해 자유롭고 자세하게 평가하고 다른 학생들이 그걸 참고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. 덕분에 학생들은 어떤 수업이 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, 자신에게 맞을지 가늠할 수 있다.
그들은 대학의 강의평가가 몹시 형식적이고,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교수와 강의를 평가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없다는 점에 불만을 느껴 얼트서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. 사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서강사랑방이라는 학교 홈페이지 내 게시판 커뮤니티를 통해 '누구 수업 좋나요? 어떤가요?' 식의 글들이 개강 직전에 수없이 올라오곤 했었다. 종강 후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단순히 객관식으로 '이 수업을 위해 주당 몇 시간을 공부했는가?'따위의 항목만 있을 뿐 제대로 피드백이 된다는 느낌도 없었기에 그들의 지적에 매우 공감했다.
요즘도 유효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, 우리 학교 학생들은 <모래알>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. 우리 학교에서 공부 안하고 노는 사람은 취업난이 불어닥치기 직전에도 정말 찾아보기 어려웠다. (나 정도?ㅋㅋ) 지정좌석제와 일정 횟수 이상 결석시 F를 주는 FA제도 탓인지, 학점 안 주기로 유명한 학풍 덕에 학생 간 성적 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각자 자기 공부하기 바쁜 분위기다.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뭉치기가 어려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. 말도 안 되는 학교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반대시위 한 번 하려고 해도 FA가 두려워서 이탈하는 학생들이 생겨난다. 여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, 생리결석을 공결로 처리해주는 생리공결제도 FA를 막는 데 악용된다는 남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두 학기 시험운영 후 폐지되었다. (갑자기 혈압이 급 오른다.) 여튼 취업과 학점 외에는 관심없어 보이던 학생들 사이에 이런 대안공간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어서 놀랐다.
이미 얼트서강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. 전체 학생 수를 봤을 때는 아직 모자라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고, 강의평가도 점점 더 다양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.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는 곳이다. 학생들이 좋은 강의는 살리고, 후진 강의는 도태시켜야 한다. 어중이떠중이 교수들을 내보내야 한다. 시작은 강의에 대한 코멘트이지만, 학생들이 한데 모여 학교 욕도 좀 하고, 대안공간으로서 학교측에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요구와 투쟁을 할 수 있는 응집력을 모으는 곳으로서 기능하길 바란다.
*얼트서강의 소개글
alt-sogang은 alternative sogang을 뜻하며, 매학기 반복되는 문제--수강신청 정보 부족, 강의평가 결과의 비공개--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인 공개강의평가 및 수업정보 공유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.
서강인, 서강유니브 등의 기존 커뮤니티와 중복되는하는 또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저희의 관심사가 아니고, 학교 당국이나 기존 자치 조직에서 제공하지 않는/못한 학교 수업 관련 정보 공유를 촉진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관심사입니다.
본 프로젝트는 지난 7월 중순 무렵 서강사랑방에서 잠깐 논의됐었으나 흐지부지 되었다가, 2학기 개강 후 구체적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진행하고 있습니다.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서비스 컨셉에 대한 기획, 타학교 자치커뮤니티 벤치마킹, 기존 학내 커뮤니티 분석을 통한 요구사항 파악 등의 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, 현재 버전 #1의 사이트를 공개하고 있습니다.